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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카카오, 코코아, 그리고 초콜릿, 다 무엇일까?

나에게 코코아는 어렸을 때 우유에 타먹던 그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유에 타먹기 보다 엄마 몰래 뚜껑을 열고 숫가락으로 퍼먹는 것을 더 선호했다. 꼭 그렇게 먹다보면 코코아 가루가 기도로 들어가고, 그렇게 크게 한수저 펐던 코코아 가루를 내 기침으로 사방에 날리곤 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코코아는 정말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강제 배식 우유를 신이 내린 음료로 바꾸어주었던 마법의 가루였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안 먹기 시작했다.

카카오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카카오 몇퍼센트 하면서 일본 메이지 사의 초콜렛이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였던 것 같다. 코코아 가루를 퍼먹던 어린 시절이 어디 가지 않았는지 초콜렛을 좋아하는 매니아가 되었던 나는 신식 문물인 이 일본의 초콜릿을 그냥 좌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최하 단계인 카카오 72퍼센트부터 86, 그리고 최종 99까지 전부 도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유행처럼, 혹은 벌칙으로 카카오 99퍼센트를 먹곤 했다. 그렇게 카카오는 나에게 단순히 초콜렛의 원료 정도로만 각인되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다시금 카카오 닙스가 다이어트에 좋네 하면서 건강식으로 사방에 알려지면서, 온갖 용어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참으로 혼란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cacao랑 cocoa 그냥 모음 o와 a를 바꾼거 밖에 없다. 근데 우리에겐 완전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는데, 그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 닙스가 맞을까 코코아 닙스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둘다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정리를 해보고자 이렇게 리서치를 하고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우선 세계적인 영영 사전, 옥스포드, 맥밀런, 롱맨에서 cocoa를 찾아보았다. 세상 참 좋아져서 세계적인 영영 사전을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영어 사전의 디지털 버젼인 cd를 얻기위해 실제 커다란 사전들을 사야만 했었다.

여튼 cocoa는 옥스포드에서는
넓게는 로스팅하고 간 카카오 씨로 만든 파우더라 하였고
좁게는 우유와 물과 섞은 코코아로 만든 뜨거운 음료라고 하였다.
https://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cocoa

맥밀런과 롱맨에서는
초콜렛과 초콜렛 향의 음식과 마실 것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코코아 콩으로 만든 갈색 파우더라 하였다.
좁게는 옥스포드와 같이 코코아로 만든 뜨거운 음료를 뜻했다.
https://www.macmillandictionary.com/dictionary/british/cocoa
https://www.ldoceonline.com/dictionary/cocoa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옥스포드에서는 코코아를 로스팅 된 것으로만 한정하고, "카카오 씨(cacao seed)"라고 했다는 것이다. 맥밀런과 롱맨은 로스팅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코코아 콩(cocoa bean)"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맥밀런과 롱맨에서 cocoa bean이나 cocoa butter라고, 옥스포드에서만 cacao bean, cacao butter라고 검색해야 결과가 나오고 반대는 나오지 않는다. 이는 미국쪽 영어와 유럽의 영향을 받는 영국쪽 영어의 차이로 보인다.

그럼 카카오는 무엇인가?

Matadecacao.jpg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obroma_cacao)

바로 요 나무다. 카카오 열매(cacao pod)는 보시다시피 저기 매달린 친구이다. 이 카카오 열매를 가르면

 Theobroma cacao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obroma_cacao)

아래와 같이 나오고 저 안에 있는 알맹이들이 카카오 콩(cacao bean, cocoa bean)이다. 이 카카오 콩을 육질(pulp)과 함께 말린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coa_bean)

이는 커피와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는 보통 육질을 깨끗히 제거한 후 말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렇게 말린 카카오 콩을 로스팅하고, 껍질을 까서 없애고 깨면 카카오 닙스(cacao nibs) 가 된다. 그러니 일반적인 카카오 닙스는 로스팅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특별히 로스팅 되지 않은걸 찾으려면 비로스팅 카카오 닙스를 찾으면 될 듯하다. 이러한 카카오 닙스를 갈아 저온압착을 하면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카카오 매스(cacao mass, cocoa mass)가 된다. 해외에서는 카카오 매스를 카카오 페이스트(paste)나 카카오 리쿼(liquor)라고도 한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coa_bean)

감사하게도 이 친구가 바로 초콜릿의 원료이다. 이 카카오매스에서 지방인 카카오 버터(cacao butter, cocoa butter)를 추출하고, 거기서 남은 녀석을 갈아 카카오 파우더(cacao powder, cocoa powder)를 만든다. 그리고 이 카카오 버터가 또한 초콜릿의 원료이다. 우리나라 초콜릿에선 팜유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카카오 매스에서 버터와 파우더를 분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두 종류이다. 바로 더치 가공(dutch process)과 브로마 가공(broma process)이다. 더치 가공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가공법으로 수압기를 통해 카카오 매스에서 카카오 버터를 추출한다. 그리고 남은 찌거기를 염기성 화학 처리를 해서 쓴맛도 적어지고, 색도 짙어지고, 향도 부드러워진 카카오 파우더를 얻는다. 대신 항산화 물질이 줄어들고, 향도 적어진다. (결국 향이 옅어지는 것인데 관점에 따라 장점으론 부드러워진다 단점으론 적어진다. 결국엔 말장난.) 오늘날 초콜릿 산업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브로마 가공은 카카오 매스를 따뜻한 실온에 두어서 카카오 버터가 녹아서 떨어지게 해서 분리하는 방법이다. 딱 들어도 시간이 오래걸려 공산품엔 적합해 보이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항산화 물질이나 향의 관점엔 훨씬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흔히 건강을 타겟으로한 상품에서 이 방법을 사용한다.

Dutch process and natural cocoa.jpg
(왼쪽: 더치 가공한 카카오 파우더, 오른쪽: 브로마 가공한 카카오 파우더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utch_process_chocolate)

지금까지 카카오와 코코아 그리고 초콜릿에 대해 알아봤다. 상당히 복잡했는데 정리하자면,
카카오파우더=코코아 이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코코아는 카카오 파우더에 이것 저것(설탕이나 바닐라향) 추가를 한 것이라는 것.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카카오 버터 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카카오매스+팜유 라는 것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