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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지샥 GW-5000-1JF 구입기

  과거 인류는 농업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계를 발명하였다. 당시 커다랗던 시계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회중시계로 발전한다. 휴대용 시계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전쟁통에 손목시계의 수요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시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 이후 매뉴얼, 오토매틱, 쿼츠, 전자시계까지 손목시계는 영원할줄만 알았다. 하지만 갑작스래 등장한 올인원 스마트폰에 휴대용 제품들은 멸종한다. 손목시계도 그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손목시계는 이제 누군가에겐 사치품으로, 누군가에겐 악세사리로 인식될뿐이었다.


  이런 스마트폰 시대에 손목시계라니 웃기겠지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위해 손목시계를 선택했다. 시간이라도 파악하려고 스마트폰을 키면 이것저것 확인하는게 사람 본성이다 보니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포기할 순 없으니 손목시계였다.



  그럼 어떤 시계여야하는가


1. 튼튼할것

2. 방수

3. 자동으로 시간을 맞출것

4. 태양광충전


  첫째와 둘째는 필수다.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시계가 사람을 모시는게 아니라, 사람이 시계를 모시는 상황이 온다. 오토매틱 중에서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어디까지나 오토매틱 중에서 첫째와 둘째에 뛰어난 것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이미 군대에서 PX시계 지샥 머드맨과 함께 물에서, 흙에서 구른 경험이 있기에 이 분야에서 지샥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다. 그래서 지샥을 선택했다.


  셋째와 넷째는 세트다. 시간을 자동으로 맞추면 베터리가 빨리 단다. 베터리가 빨리 떨어지는 것도 상당히 곤란하다. 그래서 자동으로 충전되는 기능이 꼭 필요하다. 위 두개가 터프솔라와 멀티밴드6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이 왜 필요하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틀어지기 마련이고 해외에 가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GPS에 블루투스 스마트폰 연결까지 해서 시간을 보정하던데 과잉 기능이 아닌가 싶다. 멀티밴드6만으로도 전파가 닿는 곳이라면 눈에 보이는 시차는 없다. 그런데 배터리 잡아먹는 추가기능이 필요할까? 내가 시간을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도, 자동충전기능도 없는 내 10년된 PX발 머드맨도 아직도 정상 작동하는 것을 보면, 위 두 기능을 세트로 단 GW-5000-1JF도 10년 이상은 가지않을까 예상한다.



  이런 이유로 GW-5000-1JF를 골랐다. GW-5000은 네모 지샥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네모 지샥은 지샥의 첫 모델에서 지금까지 내려온 시리즈이다. 영화 <스피드>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차고 나온 것으로도 유명한 이 시리즈는 그만큼 곁기능이 없고 단순하며 크지 않다. 이러한 시리즈에 터프솔라와 멀티밴드6를 넣고 소프트 우레탄 밴드로 기능과 착용감을 살렸다. 거기에 스테인레스 스틸 스크류 백과 Made In Japan으로 곁점을 찍는다. 이것이 GW-5000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스크류 백은 일반적인 지샥의 플라스틱 타일 백보다 방수와 튼튼함에서 더 나을거라 추측한다. Made In Japan이라고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고, 좀 더 신경썼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GW-5000-1JF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엔화가 낮지 않은 상황이라 머뭇거렸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역장벽으로 지속적인 달러약세, 엔화강세가 예상되었기에 더 오르기전에 구입하자는 마음으로 질렀다. 그렇게 지난 주에 구입했고, 오늘 도착했다. 비록 기다리는 동안 엔화는 계속 내려갔지만, 하루종일 차고있던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꺼내자마자 딱 맞는 시계는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착용감은 머드맨과 비교가 불가능하게 부드러웠다. 이로써 10년 전 PX에서 구매한 머드맨은 이만 손목에서 은퇴하고, 이제 든든한 5000이와 함께 새 10년을 해쳐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