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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생존이라는 그 기나긴 고행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의 신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라는 거대 배우가 함께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번만큼은 아카데미 상을 받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작품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 <레버넌트>는 저승에서 돌아온 자를 뜻한다. 이런 영어 제목을 도저히 한국말 한 단어로 번역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식으로 차라리 부제를 붙인 점은 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영화는 유사죽음의 상태에 이르렀던 주인공이 아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저승에서 돌아와 아들의 복수를 한다는 닳고 닳은 복수의 이야기이다. 복수의 이야기는 그 원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근원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다. 그만큼 인물에게 강한 모티브를 주입하고, 이야기를 흡입력있게 만들 수 있다보니 널리 사용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 사용하는 복수의 방식을 되풀이 하기보단 유사죽음 상태에서 살아남기위해 거치는 그 고행을 비중있게 그리고 있다. 흥미롭게 이런 고행의 과정에서 글래스는 유사죽음의 상태에서 점차 제대로된 한 인간으로써 살아나는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그런 고행의 와중에 대자연을 경험하며 그것에 대한 경외감이 한껏 영화 속에 투영되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생존"이라는 대자연의 기본적인 이치를 굵게 강조하고있다. 글래스가 자신의 아들인 호크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장교를 죽였던 것 처럼, 곰은 새끼를 보호하기위해 글래스를 공격한다. 숨이 붙어있는한 마지막까지 싸운다(struggle)는 아버지가 다친 아들에게, 반대로 아버지가 다쳤을땐 아들이 했던 말이 이 영화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글래스가 보는 환각들까지 생각해보면 영화는 종교적으로 다가오고, 대자연은 신이 투영된 객체로 보인다. 그리고 이 대자연에 침입해서 개인의 욕심으로 파괴해나가는 유럽의 인간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를 닮았다. 개인의 욕심으로 자연을 침략해 오는 인간은 서구 열강과 비슷하고, 이에 맞서는 자연신들은 원주민들로 보인다. 그리고 딸을 빼앗긴 원주민 아리카라 족이 폭주하는 모습은 총에 맞은 자연신이 재앙신으로 변모하는 것을 연상케한다. 그리고 결말부분에 이르면 글래스가 복수는 신의 몫이라는 뜻에 따라 피츠 제럴드를 강에 놓아버리는데, 이를 아리카라 족이 바로 잡아 죽여버린다. 이는 신이 투영된 대자연 그 일부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원주민이 일종의 신의 일부로서 몫을 하는 것을 나타내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부분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 든다. 원주민이 이런 대자연, 신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지속적인 메시지나 연출, 모습들이 너무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이미지나 기존의 지식에 의존해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영화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톤은 바로 침략자들의 원죄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남미 북미 할 것 없이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다. 사실상 이 원주민들은 이 침략자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다. 더나아가 미국이나 캐나다로 오면 이 자칭 이민자들이 원주민들은 무시한채 그 땅위에 나라까지 만든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하고 있는 시기에 이 식민지가 본국인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해서 그곳에 나라를 새운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한국인은 깡끄리 무시하고 말이다.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던 멕시코 출신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우연이 아닐것이다.

     이 영화에서 또한 꼭 언급해야할 요소는 촬영이 아닐까 싶다. 대자연이라는 피사체와 그걸 담아내는 탁월한 촬영이 돋보인다. 거기에 <버드맨>때와 마찬가지로 롱테이크에 대한 강박이 잘 보여지는데, 이를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이미 친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그래비티>에서 롱테이크 쪽으로의 깊은 연구와 재능을 선보인적이 있고, 이 점을 인정받아 <그래비티>와 <버드맨>으로 2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촬영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광각렌즈의 과용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촬영감독한 아름다운 영상을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나긴 글보다도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더 잘 알려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골든 글러브 수상 소감을 끝으로 리뷰를 마친다.

원주민들에 대한 언급은 2분 20초 부터 시작.

영상출처 -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9754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