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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집없는 아이의 서러움과 빽없는 영화의 서러움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집이 없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입니다. 해외 유학 중에 몇번 살던 집에서 곧 나가야하는데, 살 집을 구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집 없으면 서럽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나중에는 해변에서 살아야하나, 차에서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영화는 이런 종류의 서러움과 나중에는 이러한 물질적 부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폐함을 극복하는 모습이 잘 표현된 가족-성장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원작은 바바라 오코너의 미국 소설입니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아 영화와 소설의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겠습니다. 다만, 영화는 원작이 미국 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의 현실세태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집의 평수와 가격을 비교하며 누가 잘사는지 재고, 생일파티로 자기 가족의 재력을 과시하는 초등학교의 모습은 거울이 되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무리를 해서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고, 남들이 하는건 꼭 우리 아이들도 해야하는 모습들은 영화의 주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 속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각색이 이렇게 한국이라는 배경에 딱 맞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중반에 살짝 지루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영화가 좀 느슨해진다라는 느낌이 올 때, 옆을 돌아보니 다른 관객분은 졸고 있었습니다. 이내 지루한 부분이 지나니 다시 영화에 몰입하시긴 했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이런 단점을 커버하고 남을 무기가 있는데 바로 캐릭터입니다. 지소, 지소친구, 지석, 노숙자(최민수), 노부인(김혜자), 노부인의 조카(이천희) 그리고 개 월리까지 주연, 조연 할것 없이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연이 그렇듯, 영화가 조연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못 하지만, 조연들도 다들 사연이 있고 깊이가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이런 입체감이 캐릭터들을 살아숨쉬게 하고, 어떤 캐릭터라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에는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분들의 연기가 한 몫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욱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영화가 캐릭터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있어 "강남1970"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영화의 두번째 무기는 좋은 연출입니다. 재치있는 연출과 기본기가 탄탄한 연출을 동시에 잘 해내고 있습니다. 500에 강박된 주인공을 표현한 장면이나 개를 훔치는 계획을 짤 때는 동화 혹은 만화 같은 재치있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지소엄마가 HOME SWEET HOME 카페트를 보여주자 불만에 찬 지소의 얼굴을 클로우즈업 하면서 빵하는 차소리가 들어가는 이런 기본기가 탄탄한 연출도 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들이 영화를 아주 맛깔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 귀국 후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잘만든 웰메이드 가족영화이고, 분명 흥행에 성공할만한 대중성을 갖춘 영화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급하게 개봉하느라 제대로된 마케팅 전략을 새우지 못해서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나마 이번에 CGV아트하우스에서 개봉관을 많이 확보해준 덕분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영화들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해서 사라지는 일이 없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