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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부자들> 대한민국 내부에 있는 당신의 선택은?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어쩌면 이제 "대한민국 현실 고발"이라는 새로운 장르명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전에도 대한민국의 사회 문제를 담고 있는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많은 기존의 영화들은 단편적인 유착관계가 극 중 인물에게 끼치는 영향 정도만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이렇듯 사회 문제는 파고들 주제보단 극의 배경 정도로 다뤄졌었다. 예를 들어 <비열한 거리>에서 깡패와 정치, 경제가 어떻게 필요 때문에 유착되는지 보여주지만 그러한 모습보다는 서로 배신하고 배신하는 정말 비열하고 무정한 모습이 영화에 더욱 중요하게 다뤄진다.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얽히고설킨 더러운 실타래를 현미경 들여보듯 깊이 들여다본 영화는 아마 <부당거래>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뒤틀린 사회 모습이 영화의 배경에서 영화가 다루는 주제 그 자체로 올라온 것이다.

     <내부자들>은 기존에 보여준 엉킨 실타래에 언론이라는 실을 하나 더 집어넣는다. 개인적으로 언론이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는지 대중은 개, 돼지와 같다는 그 대사만큼이나 언론과 관련된 뭔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근데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선 언론을 그냥 얹기만 했을 뿐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감시를 맡은 언론이 어떻게 감시대상과 유착하고 부패하는지 그거 하나만 파고들어도 영화 한 편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이렇게 다방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 때 한 분야만 깊이 있게 이야기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르에서 이 영화가 가질 장점은 언론이라고 생각했던 점에서 그 점을 잘 살리진 못한 게 아쉽다.

    영화는 엉킨 실타래에 대한 심도 있는 묘사보다는 종극엔 부정을 무찔렀다는 카타르시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진 것 같다. 깊이 있는 시선보다는 결국에 무찌르고 전해주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력한 카타르시스가 이 영화의 인기요인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사회 모습에 불만을 느꼈던 관객들이라면 이러한 카타르시스는 더욱 극대화해서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간지러운 곳을 절묘하게 긁어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혹은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원함을 느낀다. 사실 이러한 점은 상당히 슬픈 부분이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썩었으면 이러한 종류의 일련의 영화들이 줄기차게 나오는 걸까. 혹자들은 극 중 이강희가 그런 것처럼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문제라고 호도하겠지만 말이다.

     현실은 이것보다 더 얽혀있고 복잡하게 유착해 있다. 기득권은 견고하고 그들은 교묘히 대중을 기만한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썩어빠진 사회 내부에는 우리가 있다. 우리 또한 이러한 현실에 일조하고 있다. 과연 당신은 내부자들로서 극 중 주인공들과 같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지옥 길을 전진할 수 있는가? 이제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