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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느낌을발견하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어제 압구정 CGV아트하우스에서 이동진 기자님의 라이브톡으로 보고 왔습니다. 사실 리뷰를 쓰지 말까 생각을 했었어요. (이유는 후에 서술하겠습니다만) 그런데도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영화가 매우 좋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개 보진 않았지만, 봤었던 홍상수 감독님 영화 중에 제일 좋았고요. 올해 봤던 한국영화 중에서도 제일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리뷰를 빙자한 자기 고백적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척? 분석적인 척? 하던 평어체를 내려놓고 편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동진 기자님의 라이브톡으로 보고 왔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이동진 기자님께서 영화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말씀을 해주십니다. 이렇게 남의 입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듣고 나면 제가 생각했던 거라고 하더라도 마치 제 것이 아닌 듯 느껴지고 머릿속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이전에 버드맨 큐레이터 때도 영화를 다 보고 큐레이터분이 그냥 프린트해오신 거 읽는 게 다였고 제가 생각했던 이내의 것들이었지만 이렇게 남의 입을 통해 듣게 되면 마치 선빵을 당한 느낌? 왠지 대화 도중 누가 한 얘기를 제가 반복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머릿속에서 사라지곤 합니다. 그래서 버드맨의 경우 리뷰를 쓰다가 말았습니다. 실패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실제로 남의 생각을 듣게 되면 거기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생각이라도 표현이 다른 법인데 이 생각에 대한 남의 표현을 듣고 나면 저도 모르게 이 생각에 대한 표현이 남의 표현으로 정착합니다. 더군다나 이동진 기자님의 경우엔 제가 생각한 거+알파를 선보여주시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이동진 기자님을 좋아합니다만) 리뷰를 쓸 생각이면 라이브톡을 보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어떤 분석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1부와 2부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제목은 무슨 의미인지, 인물들은 뭐가 변한 것인지 등등 수많은 의문이 들지만, "의미를 찾는 게 무의미하다"고 홍상수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이런 게 필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께서 꽃은 아름다운 거고 그래서 여기에 두고 싶어서 두는 거다 그게 예술이고 영화라고 말씀하셨죠. 꽃이 왜 아름다운지 분석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요. 저도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이고 사실 그래서 이렇게 리뷰나 평론 혹은 분석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쓰면서도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씨네21 편집장이신 주진우 기자님의 강연 때 이와 관련해서 묻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듣지 못했었습니다. 하여튼 지금이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때입니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봉준호 감독님이 말씀하신 꽃에 가장 부합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꽃은 아름답다는 느낌이 중요한 거고, 그 느낌을 발견하는 게 중요한 거겠죠. 이 영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참 좋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네요.
ps. 김민희 씨는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매우 아름다우시고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어제부터 김민희씨 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