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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괴물의 아이> 정신없는 쿠마테츠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영화<괴물의 아이>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불리는 호소다 마모루의 4번째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첫번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일약 미야지키의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됐던 그는 사실상 <늑대아이>로 굳히기에 들어간듯 보였다. 애니메이션 팬들이 호소다 <늑대아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던 이유였다. 전작 <늑대아이>에서 심도있게 다루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작에서도 이어간다. <늑대아이>가 어머니와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 였다면 이번 아이>는 아버지와 아들에 과한 이야기이다. 성별의 주체가 바뀌는 점이나 주제 면에서 고레에다 하로카즈와 비슷하기도 하다.

     렌/큐타는 9살에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이혼한 아버지가 찾아오지않자 그는 어머니의 사망과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부재로 가슴에 구멍이나고 방황하게된다. 때마침 제자가 필요했던 쿠마테츠가 렌/큐타를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면 이 둘의 관계, 스승과 제자이자 아버지와 아들인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가는지, 그 과정이었다. 사실 영화는 이 과정을 진득하기 보여주기보단 렌/큐타가 쿠마테츠를 분신처럼 따라하면서 시작되는 첫 단계와 쿠마테츠가 정령신이 되어 렌/큐타의 가슴의 구멍을 채워주면서 관계가 완성되는 마지막 단계만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고레에다 하로카즈의 진득하게 그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 보여주는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짧게 짧게 이 과정을 쭈욱 보여준 전작 <늑대아이>와의 가장 큰 대비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 둘의 관계의 형성과 발달이 그렇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러다보니 극 전체의 가장 큰 축이 작위적이라고 느껴지고 세계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늑대아이>나 고레에다 하로카즈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보여준 가족을 꾸려나감의 어른스러운 책임과 고단한 과정 보다는 열혈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해서 유치하게 다가온다.

     영화 중에 "메차쿠차"라는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쿠마테츠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이다. 하지만 영화도 쿠마테츠를 따라 "메차쿠차" 정신이 없다. 이미지들, 상징들이 남발하지만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득하는데 실패하자 이러한 요소들이 구심점을 잃고 여러모로 산만하게 느껴진다. 부디 또다시 포스트 미야자키를 찾아 떠나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호소다 마모루의 다음 작품을 다시 기다려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렌/큐타의 어렸을 적 성우인 미야자키 아오이는 괜찮았지만 렌/큐타의 17살의 성우 소메타니 쇼타는 좀 아니었지 않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