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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여름의 판타지아> 결국엔 사람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피상적으로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바라보면 고조 시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1부 "첫사랑 요시코"에서는 영화를 위한 답사, 2부 "벚꽃연못"에서는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하지만 왠만한 분들은 눈치챘듯이 1부에서 나왔던 모습들이 2부에서 묘하게 기시감처럼 등장한다. 여기서 관객은 1부는 영화 재료를 찾는 과정이고, 2부는 그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어낸 한편의 영화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각주:1]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결국엔 픽션이란 무엇인가라는 큰 주제에 도달한다.

     1부와 2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픽션이며 실화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순간적으로 1부는 좀더 실화에 가까운 다큐멘터리로, 2부는 픽션에 가까운 영화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내적으로 우리가 알수있는건 단지 둘다 영화라는 사실이다. 1부의 감독 태훈도 배우 임형국이 연기한 인물이고, 공무원 유스케도 배우 이와세 료가 연기한 인물이고, 통역가 민정 또한 배우 김새벽이 연기한 인물이다. 오히려 2부의 이야기는 실제 겪었던 실화를 재연한 것이고 이 이야기 앞에 1부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어디까지 실화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영화안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확실한건 두 이야기 모두 영화라는 사실이다. 그럼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 실화라고 말해야할까? 2부의 이와세 료가 연기한 유스케를 보자. 그는 신체적으론 1부의 공무원 유스케이지만[각주:2], 1부의 공무원 유스케 이야기와 겐지 이야기, 요네자와 할머니 이야기, 고조시 이야기, 시노하라 이야기를 모두 담고있다. 그렇다면 그 인물은 어디까지 창작된 것이고 어디까지 실제를 바탕으로 두고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는 혜정[각주:3]에게 벚꽃연못을 안내하며 이와 관련된 전설을 말해준다. 진짜냐는 혜정의 물음에 유스케의 대답은 애매하기만 하다. 우리 관객과 혜정은 그 전설의 어느 부분까지 그가 만들어냈으며 어느 부분까지 푯말에 적혀있는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 영화는 메타시네마[각주:4]로서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단계 더 나아가 질문한다. 그럼 왜 픽션을 만드는가? 2부의 유스케는 왜 그녀에게 벚꽃연못의 잉어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냈는가? 1부의 태훈이 민정과 맥주를 마시며 한 이야기가 있다. 영화가 그냥 풍경이나 보여주는게 아니고, 영화라는게 결국 사람이 나와야하고 사람에 관한 것이지 않냐고.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일은 결국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길을 잃어버리고 찾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있다. 언제나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배운다. 헤어질 때가 되면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분명한 건 이 길에서 멈추지 않아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장건재

  1. 왜 영화 "같다" 라고 하냐면 이에 대해 맞다 틀리다 영화 내에서는 답을 주지않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같은 배우 이와세 료가 연기 [본문으로]
  3. 민정을 연기한 김새벽이 혜정을 연기했다. 이는 1부에서 공무원 유스케가 민정과 닮은 한국사람을 전에 안내한적있다는, 하지만 로멘스는 없었다는 애매한 대답에서 따온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4. 소설에서는 소설 만들기를 소재로 다루면서 이런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메타소설이라고 하고, 영화에서는 메타 시네마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