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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평해전> 실제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영화에 대한 안타까움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초반에 가족이나 평소 생활상을 담으면서 잔잔한 드라마 중심으로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쌓아온 드라마를 폭발시키는 형식은 이전부터 있었다. <해운대>가 그랬고, <명량>이 그랬다. 더 이전에는 <에반게리온>이 그랬다. 이는 초반에 감정을 쌓고, 드라마를 쌓고, 극 중 인물에 대한 관객의 친밀감을 높여줌으로써 후반에 터질 이야기를 극대화해주고, 시종일관 터지는 영화들보다 제작비도 아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초반에 감정을 쌓는 단계에서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후반에 강력한데 초반 전략에 완전히 실패하여 후반으로 게임으로 이끌어갈 능력이 안 되는 느낌? 영화 <연평해전>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초반 드라마를 쌓는 단계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짜임새가 없고 제각각,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시퀀스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각각의 씬들이 분절되어있고, 리듬감이 없으며, 흐름이 없다. 전입해 온 의무병을 갈구는 병장은 다른 군대영화에서 보아왔던 인물이니 나도 넣어야지 하고 넣은 것 같고, 여정장은 영화가 여자도 나와야 하니까 하고 넣은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몇몇 인물들은 상당히 불필요하게 느껴지며,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인물이 깊이감이 없고 다분히 평면적이다. 하지만 30분이었던 실제 교전 시간과 똑같은 30분을 할애한 후반 전투장면에서 드라마를 폭발하는데 실패하지는 않는다. 이는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에 폭발하는 드라마는 영화가 초반부에 쌓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아닌 다분히 영화 밖 실화에 기인하고 있다. 또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이는 아무리 못해도 질 수 없는 치트키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종류의 영화들의 완성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면, 실제 사건을 모르는 한국 밖에 있는 외국인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을 때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독은 고의적으로 실화가 있기에 영화로써의 완성도를 포기했다고 봐야 하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영화로서의 <연평해전>을 포기함으로써, 제2연평해전을 재조명하는 <연평해전>으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에 있었던 인물들을, 희생당한 인물들을 추모하는 데는 의미가 깊지만, 좀 더 큰 그림에서, 좀 더 큰 맥락에서, 좀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개인들이 왜 여기에 모여서 왜 죽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특히 이는 북한군을 다루는 장면에서 얼마나 고민이 없었는지 잘 보여주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그냥 덜어버리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기 전에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영화는 정치적 진영논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와 관련하여 정치적 진영논쟁으로 매일 매일이 시끄럽다. "보는 것을 믿는 것"일까 "믿는 것을 보는 것"일까. 정말 사람들은 믿는 것만 보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