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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암살> 디졸브되 난잡해진 이야기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이번 작품에서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에 마치 챕터와 챕터 사이를 구분해주는 것처럼 디졸브들이 이용되고 있는데, 최동훈 감독분은 이 디졸브들을 인상적일만큼 잘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이야기도 디졸브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화는 두가지 대조적인 인물군이 등장하는데 안옥윤과 미치코, 염석진과 하와이 피스톨이다. 안옥윤과 미치코는 쌍둥이지만 한명은 친일파의 딸로, 한명은 독립군으로 자라났다. 염석진은 독립군에서 밀정으로, 하외이 피스톨은 청부살인업자에서 독립군스럽게 변화한다. 문제는 이 모든게 메인같이 다뤄지면서 이야기가 난잡해진다. 큰 축이 잡혀지지않은듯 느껴지게 되고 정신이 없다. 만약 영화 타짜가 이런식으로 조승우(고니)도 주동인물이고, 이수경(화란)도 메인이고, 유해진(고광렬)도 메인이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자. 이야기가 너무 번잡해서 종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타짜는 철저히 고니가 주동인물이고 이 인물이 큰 축이 되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면서 중심이 딱 잡혀있다. 물론 이들 없이 고니도 없겠지만 나머지는 주변인물이다. 그에비해 이번 작품 <암살>에서는 누구하나를 딱 메인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구성에 있어서 인물들간의 이야기 사이의 전체적인 조율에 실패한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이 드라마였다면 좀 달랐겠지만, 이 작품은 영화였고 영화는 이렇게 많은 인물을 동시에 메인으로 다루기에 적합한 매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구상은 이해가 되나, 이를 풀어나가는데 서사만 있을 뿐, 쳐낼걸 쳐내지 못한 느낌이다. 누가 그랬지 결국 무엇을 덜어낼까의 문제라고.

     작심한 대사는 언제나 몰입감을 깨고, 영화 밖으로의 지각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아 내가 보고있던게 영화였지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게 한다. 근데 그 대사가 무언가를 강요하기까지 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거 알기나 할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헛웃음을 자아냈던 <명량>의 대사가 이번에도 반복된다. 물론 <명량>때 만큼 노골적이지 않은게 불행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후 영화 속에서 플래쉬백으로 한번더 반복되고, 그렇게 나의 실망도 반복된다. 그들을 기억하고자하는 마음은 영화 그자체로 충분히 와닿게 하는데 왜 자꾸 친절히 대사로 주입시키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럴바엔 영화보단 차라리 글로 쓰는게 효과적일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