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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테랑> 류승완식 액션과 이야기가 만나 대한민국을 때려부수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부당거래>가 나오기 전에 류승완 감독은 이제 한물갔나 보다 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는데, 이러한 우려를 깼던 작품이 <부당거래>였다. 하지만 그 작품은 박훈정(악마를 보았다 각본, 신세계 각본/감독)이 쓴 작품이고, 류승완 본인도 본인이 쓴 시나리오가 아님을 밝히며 직접 안 쓰니까 흥행이 잘 되는 사실에 어느 정도 씁쓸함을 나타내는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왜 <부당거래>를 언급하고 있느냐면 <베테랑>을 보고 있으면, 마치 류승완 감독이 "나 <부당거래>에서 배울 만큼 배웠어"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액션은 말이 좋아 액션이지 폭력이다. 영화 속 액션도 충무로 액션 키드가 아니라면 보는 사람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그런데도 영화에서 액션이 사용되는 이유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고, 시나리오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았었던 이유는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오로지 액션만을 위한 영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당거래>를 보고 나서 이러한 생각을 바꿨었는데, 그의 스타일이 좋은 시나리오가 만나니까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부당거래>의 특징 중 하나는 제도화된 악이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 일원들이 대부분이 느끼는 상황일 것이다. 악의 존재가 예전에는 숨어지내고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다면, 오늘날의 악은 제도권 안에서 제도화돼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오히려 잘지낸다. <베테랑>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빌려 이러한 제도화된 악을 때려 부술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때려 부술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한다. 때려 부술 대상이 공감이 안 되는데 때려 부순다면 그건 그냥 폭력이지만, 때려 부수고 싶은 걸 영화가 대신 때려 부숴준다면 그건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카타르시스가 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의 연기스타일은 어딘가 과잉되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예고편을 보니 왠지 모르게 영화의 톤에 녹아들지 못하고 어딘가 붕 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중됐었다. 하지만 어떤 연기 스타일이던 그 배역에 딱 맞는다면 그건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연기는 조태오를 연기하는 데 최고였다고 생각을 한다. 아쉬웠던 인물은 김시후가 연기한 광역수사대 막내였다. 다분히 기능적인 인물로 조태오를 이후에 몰아붙히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캐릭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인물이다. 사실 누가 칼빵을 맞아도 상관없는 상황에서 칼빵을 맞을 적당한 인물을 만들어 넣은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액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류승완 감독 영화의 액션에 대해 말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