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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터스텔라> SF가 조개라면, 진주는 딸바보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7.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오늘 아침에 조조로 용산 CGV에서 IMAX(아이맥스)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보면서 맨 앞좌석까지 가득 사람이 들어찬것은, 그것도 조조에, 오랜만에 봤습니다. 어디서 무엇으로 보는지가 왜 중요하냐면 이 영화는 포맷에 따라 화면비가 다릅니다. 이전의 "다크나이트"의 경우에도 몇몇 씬에서 아이맥스로 촬영되었고 아이맥스로 관람해야지만 아이맥스 씬들을 짤림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스텔라" 또한 마찬가지이고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1.44 : 1 (some scenes: IMAX 70 mm version)
     1.90 : 1 (some scenes: IMAX digital version)
     2.20 : 1 (70 mm version)
     2.35 : 1
     출처: http://www.imdb.com/title/tt0816692/technical?ref_=tt_dt_spec
어떤 화면비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70mm로 볼 때의 2.20:1의 화면비가 2.35:1의 좌우를 짜른건지 아님 보통 관람할때의 2.35:1이 2.20:1의 화면비의 위아래를 잘라낸거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건 IMAX 씬의 경우 70mm 버젼으로 봐야 짤림없이 통채로 볼수있다는 점입니다. 뭐 중요한건 우리나라에선 70mm Film으로 IMAX를 관람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70mm 버젼을 보지않은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IMAX로 봐야할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화질 자체가(특히 초반부) 턱없이 떨어졌습니다. 인셉션을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볼때의 느낌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비-아이맥스 씬의 경우 아이맥스 보정이 되지않은건지 아이맥스의 휜 스크린 위에 그대로 휜채로 보였습니다. 이는 썩 괜찮은 관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놀란감독의 아이맥스 사랑과 그 고충은 잘 알겠는데 한 영화를 한방식으로 일관성있게 통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날로그를 좋아하는건 이미 아실겁니다. 그래서 영화를 통으로 필름으로 찍은것 이외에도 비행선이나 우주선 일부를 실제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주선이나 비행선을 찍는 씬의 경우 카메라가 자유롭지 못하고 카메라의 위치가 한정되어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비행선과 우주선)에 카메라를 고정 시킴으로써 마치 배경이 돌고있는듯한 효과가 나오는 그런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이것은 우주의 관측 위치에 따른 상대성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2001 스페아스 오디세이" 이후 상당히 식상한 표현입니다. 역시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듯한 "그래비티"를 생각해보면, "그래비티"의 경우 사실상 눈치채기 어렵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때운 부분이 상당해서 카메라가 무척 자유로웠습니다. 카메라와 카메라씬 사이에 cg를 연결해서 마치 카메라가 자유롭게 유형하며 롱테이크로 찍는듯한 느낌을 주어 상당히 신선했었습니다. 영상혁명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인터스텔라"는 좀 아쉬웠습니다. 또한 이런 놀란 감독의 아날로그에 집착하는 스타일은 농장 씬들에서 잘 나타나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위해 부지를 사서 옥수수를 심었다고 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지구가 아닌 우주가 배경중심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의 트럭뒤집기 씬이나 "인셉션" 회전하는 호텔복도 씬에서 발휘됐던 장점이 이 영화에서는 크게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기술적인 부분은 제쳐두고, 플롯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겠습니다. 놀란 영화들의 특징이라면 양파같은 플롯이 특징입니다. 덮혀져있던 이야기가 하나씩 하나씩 밝혀자며, 얼기설기 얽혀있던 이야기들이 한 줄기로 합쳐집니다. 마치 퍼즐에서 마지막 한조각을 맞추자 끊어졌던 모든게 하나로 연결되서 전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놀란의 장기는 "메멘토"나 "인셉션" 하물며 그의 데뷔작인 "미행"에도 잘 들어나있습니다. 이번 영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딸과 아빠사이의 이야기는 서브플롯, 우주탐사 이야기는 메인플롯 처럼 진행됩니다만, 후반부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이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측면에서 우주는 페이크고, 딸바보가 진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두 플롯은 땔래야 땔수없는 하나가 된게 확실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기교적인 플롯에 비해 개연성 부분에서 치밀하지 못하고 구멍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선 딸바보에 치중한 나머지 나중에 돌아와서 아들은 찾지도 않습니다. 아들이 "Let you go" 한번 했다고 아들이랑 의절한건가요. 그리고, 중력방정식을 풀자마자 바로 우주에 콜로니를 새운것도 그렇습니다. 중력방정식이 우주로 날려버릴 좋은 기술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우주 콜로니를 만들정도의 기술력이면 그냥 지구에서 밀폐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살아가도 되는데 말이죠. 그리고 오빠(쿠퍼아들)가 불붙은 옥수수 밭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화가 치밀데로 치민 상태에서 동생이 갑자기 미친년 마냥 "아빠가 우릴 버리지않았어" 라며 안아주는데 그걸 그냥 가만히 두는것도 그렇습니다. 이때 극장에서 많은 실소가 나오더군요. 결정적으로는 도대체 무엇이 딸에게 유령이 아빠임을 확신을 줬는지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놀란도 그걸 의식한건지 늙어버린 딸내미가 대사로 "난 그게 아빠임을 알았어, 남들은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라는 식으로 말을 하죠. 이걸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놀란은 낭만주의자였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두 거대한 배에 했던 실험의 결과에서 눈치채야만 했었습니다. 결국 사랑으로 모든걸 극복하는 실로 낭만주의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화를 바라볼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지않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지식의 한계는 이 영화를 과학점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너무나 얕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볼수있었던 이유는 이런 얘기를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인지 제 과거의 막연한 꿈은 천문학자였구요. 여튼 이 영화는 여렸을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실제 과학 이론들과 관찰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은 상상력을 이용하여 영화속에 시각화 해놨습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대단함을 말해줍니다. "그래비티"가 그냥 현재의 우주를, 그것도 지구 영향권 안의 우주만 좁게 담았으나, 이 영화는 미래의 더 넓은 스케일의 우주를 현재 논의되는 이론들을 끌고와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마이클 케인이 이 영화를 Science Fiction이 아닌 Science Fact라고 한것같습니다.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깊은 참여를 했으니[각주:1] 당연하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과거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기존의 시간과 중력, 공간, 빛의 개념이 깨어지고, 여러 논란이 있던 중 등장한 개념이 웜홀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킵 쏜이 논문 "시공간의 웜홀과 항성 간 여행에서의 유용성(Wormhole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 을 쓴게 1988년인데 이와 관련한 영화가 나오는데 무려 26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에도 우리는 우주에 대해 밝혀낸게 별로 없습니다. 확실한건, 중력이 쌔거나, 속도가 빠른 계(system)에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사실이죠.[각주:2] 그렇기 때문에 웜홀의 모습이나, 그걸 통과하여 항성간 여행하는 모습이나, 블랙홀의 이벤트 호라이즌을 넘어선 특이점의 모습들은 죄다 감독의 상상력입니다.[각주:3] 영화 속에는 이를 5차원[각주:4]의 존재인 "그들"이 돕고있다고 보는데, 쿠퍼는 "그들"을 미래의 인류라고 생각합니다. 놀란은 낭만주의자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영화는 놀란 영화 치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인셉션 때처럼 볼때는 "우와"지만 보고나서 그 부분 뭔가 허술하지않나 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치밀하지 못한 점은 분명히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영화가 좋습니다. 특히 딸 얘기나올땐 질질 짜고, 우주 얘기 나올땐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스짐머의 음악도 끝내주고요. 저는 한번 더 보러 갈 예정입니다. 앤 해서웨이를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1. 이걸위해 조나단 놀란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습니다. [본문으로]
  2. 영화 내내 주구장창 말하는 상대성 이론이 이 내용. [본문으로]
  3. 이벤트 호라이즌은 블랙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계 구역을 지칭합니다. 이를 넘어가면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요구되는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어가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빛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이벤트 호라이즌을 통과하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측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4. 여기서 말하는 5차원은 칼루차-클라인 이론을 따라 우리의 공간인 4차원(3차원과 너무 작아 볼수없는 덧차원)과 시간을 합쳐 5차원이라고 하는 이론을 쓰는거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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