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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를 찾아줘(Gone Girl)> 뻔할뻔한 이야기의 신선함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6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데이빗 핀처의 기대작 "나를 찾아줘"를 메가박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라 좋은 환경에서 보고싶은 마음에 M2관을 찾아보았는데 근처 M2관에서는 더이상 "나를 찾아줘"를 상영하지 않아 M관에서 보고왔습니다. 극장에 들어서서 좌석에 앉으려는데, 좌석에 뭐가 묻어있는거같어 좌석을 좀 만졌습니다. 그건 그냥 얼룩이었지만 그걸 떠나서 좌석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수 있었습니다. 극장 측에서는 제발 좌석관리 좀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나를 찾아줘"입니다. 하지만 영문 원제목은 "Gone Girl"입니다. 이 부분은 늘 얘기하는것 같습니다만 영문 원제목과 한국어 제목 사이에 괴리가 있을 경우 정말 당혹스럽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Gone Girl"이 "나를 찾아줘"가 되는지 미스테리입니다. 여튼 제목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한국어로 "가버린 여자"정도에 가깝습니다. 왜 "Missing Girl-사라진 여자 혹은 실종된 여자"가 아닌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수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깁니다. 무려 149분짜리 영화죠. 2시간 29분. 전 긴 영화를 좋아히지않습니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히치콕이 이런말 했다고 하죠. "모든 영화의 길이는 반드시 인간 방광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전 이 영화를 볼 때, 화장실을 가고싶어 죽을뻔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엔딩크레딧은 보지도 않고 극장을 뛰쳐나가 화장실로 직행해야 했으니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 방광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고 왜 이 영화가 길 수 밖에 없었냐 하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이 영화는 마치 두개 장르의 영화가 하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일단 초반부는 아내가 실종되고, 남편이 정말 아내를 살해했는지 영화와 관객이 알아가는 추리형 스릴러 장르영화입니다. 결말이 중요한 그런 영화들 말이죠. 하지만 이런 장르는 이제 너무 흔해져서 쉽게 영화의 전개나 결말이 예상 가능합니다. 뻔하죠. 남편이 열심히 살해했다는 증거를 하나둘 찾아가다가 결말부에 갑자기 아내가 나타나면서 플롯에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유유히 끝.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뻔한 예측을 비웃어줍니다. 뻔하네 라고 생각할때쯤 영화는 갑작스럽게 장르를 바꾸어버립니다. 갑자기 아내가 영화의 또한명의 서술자로 플롯에 끼어들며 영화 중반에 추리형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든 진실, 어찌된 영문인지 과감하게 밝혀버립니다. 이제 더이상 남편이 실제로 아내를 살해했는지 여부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왜냐면 영화는 영화 중간에 정답을 발표해버렸으니까요. 그러면서 영화는 싸이코패스 장르 영화를 취하게됩니다. 뚝심이랄지 자신감이랄지 이런 상황에서도 데이빗 핀처는 두 장르를 모두 훌륭히 그리고 충분히 연출해냅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길어질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영화의 장르가 한번 꼬이지만 이에 휘둘리지않고 할 얘기 다한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또한 두개의 장르가 이렇게 교모히 엮이게 되자, 뻔함과 뻔함이 만나 신선함을 낳았습니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선 약간의 의문이 듭니다. 사실 영화 전반에 일반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뉘앙스가 깔려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서 일반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은유라고 보긴 힘들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일단 아내를 확장해서 일반화하여 모든 아내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캐릭터가 극단적입니다. 일반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뉘앙스를 바닥에 깔고 이를 이용해서 벗어날 수 없는 소름끼치는 싸이코패스를 연출해낸게 아닌가 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