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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공주> 리뷰


한공주 (2014)

Han Gong-ju 
9
감독
이수진
출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권범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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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이번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 천우희 배우분이 영화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 기념으로 본 영화를 리뷰하고자 합니다. 본 영화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용과 실제 사건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실제 사건은 더 막장입니다.

     우선 플롯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구성자체를 아주 잘 짰습니다. 영화는 피해자인 한공주가 자신의 학교에서 가해자마냥 쫓겨나오면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 사건" 이후의 이 시간대를 "현재"라고 칭한다면 "현재"의 이야기가 선행적으로 흘러가고 그 사이 사이에 "그 사건"을 중심으로한 과거 이야기가 조금씩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도대체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들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된건지—자아냅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대조, 반복 혹은 변주를 통해 드라마를 극대화합니다. 이렇듯 짜임새 있는 구성이 극을 잘 이끌어나갑니다.

     이런 뛰어난 플롯에 더불어 연출 또한 아주 좋습니다. 죽은 친구가 등장하는 표현이나, 초점을 일부러 아무곳에도 맞추지않는 한공주의 심리가 잘 투영된 장면, 중요한 순간 나오는 슬로우모션 등은 이 영화가 얼마나 절제되었지만 쓸 때 쓸 줄 아는 연출력을 가졌는지 보여줍니다. 거기다가 곳곳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남성 무리들과 그걸 바라보는 한공주의 불안한 심정 같은 것들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캐릭터와 연기 또한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한공주 역과 그 역의 천우희 분, 조여사 역과 그 역의 이영란 분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한공주야 주인공인데다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말이 필요없겠죠. 그 상처받은 섬세한 10대 소녀의 감성이랄지 불안, 눈치보기 그리고 정말 어려운 장면들, 이런 연기들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 할것입니다. 그리고 조여사 또한 상당히 주목할만 합니다. 극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본인 또한 이기적이고 불륜을 저지르지만 다분히 인간적입니다. 한공주에게 짐을 풀라고 얘기하지만 한공주가 나갈 땐 말리지 않는 그런 우리내 모습과 같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아쉬운 캐릭터 또한 존재 했는데 정인선 분이 분한 이은희 캐릭터 였습니다. 다분히 판타지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입니다. 본디 이래야 하지않을까 라는 바람같은 것이 투영된 캐릭터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 떨어져있고 작위적이며 기능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정말 살아숨쉬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실 이 점은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의 모습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런 판타지 적인 학교와 은희라는 장치는 다분히 주인공인 한공주를 이만큼 올렸다가 다시 현살로 추락시킴으로써 그 낙차를 증폭하여, 비극을 극대화 하기 위한 기능적 모습으로만 보여질 뿐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도망다녀야하는 사회입니다. 피해자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않고, 피해자를 다분히 사무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답답한 심정은 어떻게 이루 말할수가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 더 피해자에게 잔혹했습니다. 벌써 10년 전 사건인데 이 때로부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는지 묻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