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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 복어를 먹었더니 맛있지만 어딘가 저려온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잔혹"이라는 단어는 잔인하고 가혹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웃기면 어떨까? 바로 이 영화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가 바로 그렇다. 그녀가 처한 현실이 잔혹하며, 그녀가 그 상황에서 행할 수 밖에 없었던 행위들이 잔혹하다. 하지만 그걸 보여주는 방식은 사뭇 웃긴다. 그래서 그런가 이 모든 게 기괴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속이 메슥거려온다. 관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비상식적이다. 사실 그녀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차근차근 영화 속에 잘 설명되어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부터 그냥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도치 않게 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다음은 정당방위지만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다음은 자기 목적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결국엔 그냥 특정 얘기만 꺼내도 사람을 죽인다. 그녀에게 찾아온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갑작스럽지 않게 천천히 잘 보여주고 이해시킨다. 그런데도 무언가 비현실적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기괴함을 불러일으킨다. 상고를 나왔지만 갑작스러운 컴퓨터의 등장으로 엘리트가 되지 못하고, 남편은 산업재해를 겪어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정현이 연기한 수남이 집을 사기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지만 모으는 돈보다 오르는 집값이 더 크고, 결국 대출받아 집을 샀지만 하우스푸어가 되고, 결국 남은 건 재개발뿐인데 동네 간에 재개발을 따기 위한 갈등까지, 이 모든 너무나 잔혹한 현실을 참으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로 담고 있다. 거기에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상황에 놓여있는 매우 예쁜 이정현이라는 이미지는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여기에 이 영화의 독특함이 있고, 감독의 개성이 담겨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다 친구처럼 보이는 두 남자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베테랑>을 보고 한국영화에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역시 한국영화는 한국영화다."
"공감이 안된다. 30대가 공감할 내용 아니야?"
"오락영화가 아니니까 재미가 없다."
"그냥 사회비판 다큐아님?"
대한민국 영화계가 처한 현실 또한 잔혹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