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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마크 로스코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색 혹은 빛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것은 늘 신비롭다. 그것은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더 알수 없는 미지의 존재이다. 내가 "광학"이나 "시각과 이미지의 이해"와 같은 수업을 듣는 이유가 바로 이 존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다 색을 탐구하고 집중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에 대해 일말의 실마리라도 얻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예술의전당을 방문하였다.

     마크 로스코의 전시회에 들어가면 그와 관련된 짧은 영상이 처음 관람객을 반긴다. 철저히 연출된 이 흑백 영상을 통해 마크 로스코가 그의 작품에 투영시킨 철학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전시회의 첫 얼굴을 뒤로하고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서면 "신화의 시대"에서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피카소의 큐비즘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그의 초기 작품들은 아직 형태를 가진 그림이다. 이후 "색감의 시대"로 넘어가면 그가 형태가 아닌 색감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색들은 아직 어떠한 형체를 가지려고 하는 것만 같다. 이후 "황금기"로 넘어가면 그의 그림들은 형태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롯이 색면이 된다. 그림들은 철저히 색감들이 이루는 색조에 집중한다. 독특한 점은 이전 "색감의 시대" 작품들은 유화 특유의 두터운 느낌이 있다면 "황금기"부터 색들이 투명하게 느껴진다. 이후 "로스코 채플"에서는 갖가지 검은색을 볼 수 있고, "벽화의 시대"에서는 좀 더 거대한 크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활의 시대"에는 마크 로스코의 그 유명한 마지막 작품인 속칭 "피로 그린 그림"이 홀로 걸려있다.

     마크 로스코의 전시회에서도 빛에 대한 해답을 얻기는 요원했지만 영감을 얻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소비주의에 대해 염증을 느낀다는 마크 로스크의 생각이 담긴 영상과 글들이 무색하게 마크 로스크 전시회는 소비주의의 중심에서 일종의 스토리 컨텐츠가 되어 소비되고 있었다. 로스코의 생애, 작품에 담긴 일화 등등 전시회장에 붙혀진 읽어야할 수많은 글들과 거기에 오디오가이드까지 압도하는 양의 갖가지 이야기들과 압도되었다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스티브 잡스와 연예인들을 이용한 광고에서 피로감마저 느껴진다. 방송 토크쇼에서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들고 소비하는 그런 모습을 보는듯 했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작품에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내 작품 앞에서의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마크 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