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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검은 사제들> 검은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사실 봐야 하느냐 보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무서운 걸 당최 보지도, 듣지도, 플레이하지도 못하는 성격인지라 관람이 꺼려졌었다. (이런 연유로 그 유명한 엑소시스트도 아직 보지 못했다) 별로 무섭지 않다는 지인의 평과 강동원 팬으로서 강동원이 사제복까지 입었는데 보러 가지 않을 수 없지 라는 생각으로 관람을 결정했다. 아쉬웠던 점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인물의 완성도가 낮은 편이다. 캐릭터들이 철저히 그 인물을 연기하는 스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나 강동원의 어렸을 적 트라우마는 클리셰도 이런 클리셰가 없다. 더불어 검은 돼지가 아직도 있는 상황에서 구마의식이 완벽히 끝났다고 할 수 없는 때에 벌써 영신의 손을 잡고 울기 시작하는 베드로 신부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듯 캐릭터들을 둘러싼 서브플롯들이 빈약해서 극 속에서 아가토(강동원), 베드로(김윤석), 영신(박소담)의 캐릭터가 잘 구축됐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와는 반대로 좋았던 점에 언급해보자면 우선 군데군데 만화 속에서 보던 개그적인 요소들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정말 만화같이 생긴 강동원이 만화 같은 설정들(외국어 시험은 커닝하고, 몰래 밖에 나가 술 사오고, 수업시간에 만화책 보는 등)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이쯤에서 강동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기다란 키에, 작은 얼굴 크기를 가진 그가 발목까지 오는 수단(사제복)을 입은 모습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특히나 한 쪽에서 촛불 조명을 받으며 한 손에는 십자가를, 한 손에는 유황을 핀 향을 들고 성가를 외며 걸어오는 장면은 이러한 모습이 극대화 되어있다. 이런 강동원의 판타지적인 모습이 전작인 군도 때는 극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 작에서는 극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소담의 뛰어난 연기가 이 영화를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아마도 속편을 만든다면 이만한 배우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적인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 박소담의 연기도 이 부분에 큰 공헌을 하지만 감독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는 세계 창조해놓고, 그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 이 도대체 믿기 힘들 법한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낸다. 이것은 한국 영화계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지라 다른 엑소시즘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 그 점이 다른 엑소시즘 영화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따왔는지, 진부한지 신선하지 알 수 없게 만들었고,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엑소시즘 영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안 무서웠던 것도 아니지만) 영화가 신선하게 느껴졌다는 점에서 한 명의 관람객으로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