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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운동공부

달리지 착지: 앞꿈치(포어풋) vs 뒷꿈치(힐)

우선 나는 앞꿈치로 달린다. 앞꿈치로 바꾼게 거의 10년은 된 듯하다. 헬스를 시작하기 이전 나에게 운동이란건 달리기였다. 학창시절부터 공부하다가 운동 좀 해야겠다 싶으면 그냥 밤에 나가서 동네를 달렸다.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웨이트 같은건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여하튼 원래 무릎이 안 좋았는데 학창시절에는 어떻게 젊음으로 커버가 됐었다. 하지만 군생활을 거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릎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이젠 달릴때도 무릎이 아파 힘들었다. 그래서 달리는 선수들의 자세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앞꿈치로 착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리서치를 좀 해보니 앞꿈치 착지를 포어풋이라고 하고 뒷꿈치 착지를 힐스트라이크(힐풋 아니다. 리어풋이면 모를까 이세상에 힐풋이라는건 없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혼자 보고 연습했다. 한 한달정도 포어풋을 익히고 달렸다. 그리고 여전히 무릎이 안 좋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리기 때문에 무릎이 아팠던 적이 없다. 물론 나는 하드러너가 아니다. 마라톤 풀코스 같이 그렇게 오래 달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힐스트라이크는 일단 달리면 바로 무릎이 쑤셨기 때문에 포어풋이 효과가 있었던 건 확실하다. 그래서 이제와서 이런 착지 논란이 생기는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헬스에는 이런말이 있다. 운동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오답이란 부상을 유발하는 동작을 말한다. 나에게 힐 착지는 그런 존재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그 어떤 척추 동물도 뒷꿈치로 착지하지 않는 것이다. 인류의 뒷꿈치가 땅에 닿은 이유는 하나다. 직립. 그러니 인간을 구조적으로 생각해보면 착지는 앞꿈치로 하는 것이고 직립은 뒷꿈치로 하는 것이다. 결국 수직으로 뛰었다가 착지할때 충격 완화는 발목 관절(종아리 근육), 무릎 관절(허벅지 근육), 고관절(엉덩이 근육) 세개로 하는 것이다. 힐스트라이크는 굳이 여기서 발목관절의 충격 완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마치 달릴때 무릎을 피고 달리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재밌는 것은 달릴 때 뒷꿈치로 착지하신다는 분들도 점프 하거나 무릎 드는 피치 훈련 하는거 보면 다 앞꿈치로 착지한다. 아니 왜... 뒷꿈치로 달리면서 훈련할때는 앞꿈치로 착지하는가? 바닥이 깨지기 쉬운 유리라거나, 층간소음 문제라거나 하는 이유로 살금 살금 걸으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다들 앞꿈치로 착지한다. 그들은 애써 부인하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어떤 착지가 충격이 적은지 알고 있다. 이는 다른 운동을 봐도 알 수 있다. 점프하는 농구 선수 뿐만 아니라, 복싱 선수의 풋워크 등등 전부다 앞꿈치로 착지가 이루어진다. 스포츠 중에서 뒷꿈치 착지하는건 유일하게 그냥 달리기도 아니고 마라톤 같은 극-장거리 달리기에만 적용된다. 그외에는 달리기 조차도 앞꿈치로 착지한다. 하물며 유튜브에서 아이들 걸음마 영상만 찾아봐도 뒷꿈치 착지는 볼수가 없다.

 

착지는 속도와 관련이 있어 빠르면 포어풋이고 느리면 힐이다? 피치 훈련 해봐라, 앞꿈치 착지로 제자리 뛰기도 되는데 느리다고 앞꿈치 착지가 안되겠나. 내가 그런데 극히 느리게 조깅하는데 앞꿈치 착지한다. 속도와 착지 위치는 별 관계가 없다. 그리고 단거리라고 장거리라고 자세가 크게 달라질 이유가 있는가? 저중량 스쿼트와 고중량 스쿼트의 자세가 달라지는가? 파워 훈련을 위한 빠른 스쿼트와 스트렝스 훈련을 위한 느린 스쿼트의 자세가 달라지는가? 인간이라는 구조물과 지구 중력과 같은 물리법칙을 생각하면 최적의 자세는 정해져있다. 거기서 폭발력을 이용할지, 에너지 효율성을 챙길지로 단거리와 장거리가 나뉘어질 뿐이다.

 

몸의 중심선에만 착지하면 힐 착지도 괜찮다? 처음 포어풋을 연습할때 했던게 무릎을 들어올렸다가 발을 그대로 착지하는 것이었다. 무릎과 발목에 힘을 쫙 빼면 자연스럽게 발이 아래로 내려가있다. 그렇게 다리를 내리면 새끼발가락 아랫쪽 부터 닿으며 바닥을 발바닥으로 덮게 된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수로 뒷꿈치로 착지하는가? 딱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정강이 근육을 써서 발을 당겨 착지하거나 무릎을 조금 펴 다리를 앞으로 뻗어서 뒷꿈치부터 닿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근육을 억지로 써야하니 비효율적이고 하나는 중심선에서 멀어지니 비효율적이다. 부상은 덤이고. 그러니 도대체 무슨 수로 중심선에 착지하면서 앞꿈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착지할 수 있는가?

 

앞꿈치 착지가 좋다고 하면 다들 그냥 뒷꿈치 착지하던 자세 그대로에서 앞꿈치로만 착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뒷꿈치 착지를 하려면 정강이 근육을 과사용 하거나 다리를 앞으로 뻗어 착지하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보통 뒷꿈치 착지 러너들은 후자로 달렸다. 그러니 중심선이 먼 곳에서 뒷꿈치 대신 앞꿈치로 착지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억지로 종아리 근육을 과사용해서 발을 앞으로 뻗는다. 그렇게 또 부상을 당하고 뒷꿈치 착지는 최악이라고들 한다. 나는 약 10년전 당시에 인터넷에 설명도 별로 없어서 달리기 선수 영상보고 혼자 연습해서 익혔다. 제자리에서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리면서 힘을 뺀 자세로 앞꿈치 착지를 익히고, 그렇게 걷고, 그 다음에 달리기까지. 그렇게 익히는데 채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요즘 같이 유튜브에 좋은 정보가 많아서 차근차근 포어풋을 익힐 수 있는 시대가 없다. 혹 포어풋을 익히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꼭 자세 익히기부터 천천히 해나가길 바란다.

 

혹 앞으로도 계속 힐스트라이크로 달릴거라고 해도 말리지 않는다. 나는 애초에 누가 뒷꿈치로 달린다고 해서 그에 대해 말해본적이 없다. 인간의 뇌는 본디 세상을 모델링하기 위해 있다. 그러니 본인이 믿어왔던 무언가가 부정당한다는 것은 기존의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꺼려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글을 봐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착지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고 그 연장선에서 이 글 또한 무용한 일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가끔 무용한 일을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이 글이 이 주제와 관련된 처음이자 마지막 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