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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사람과 돈 사이 다르덴 형제의 선택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8.3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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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다르덴 형제의 2014년 최신작 "내일을 위한 시간"을 CGV 여의도에서 보고 왔습니다. 소규모 혹은 예술 영화들을 틀어주던 무비콜라쥬가 아트하우스로 탈바꿈 했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CGV의 아트하우스는 보기 힘든 영화들을 틀어주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한 존재입니다. 아트하우스가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내일을 위한 시간"입니다. 일단 프랑스어 원제목은 "Deux jours, une nuit"입니다. 한국어로 하면 "1박 2일"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어 제목은 내일—My job과 Tomorrow—과 관련한 언어유희를 의도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의도를 전달하는데 성공적인 제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그리고 원제목과 한국어 제목 사이에 괴리가 너무 심각해서, 이정도면 작품에 대한 훼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이 영화는 오락성은 전무합니다.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사람에게 타이트하게 붙어 밀착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컷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OST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자동차나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전부입니다. 그러다보니 샷들, 편집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집니다만, 사실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적입니다. 이런 사실주의적인 표현은 영상 그 자체보다는 사람과 내용, 주제에 집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화는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가 자신의 복직과 직원들에 대한 보너스 사이의 투표에서 보너스를 받겠다는 쪽으로 과반수가 나와 복직이 안된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쉬어 우울증에 걸렸는지, 우울증에 걸려 일을 쉬었는지는 알 수없지만, 우울증을 앓고있던 산드라는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그들은 나를 존재하지않는 사람 취급을 한다며 그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을 느끼고, 문자 그대로 무너져내려 바닥에 엎어집니다. 하지만 남편의 독려와 오지랖친구 줄리엣의 도움으로 사장으로부터 재투표의 기회를 얻습니다. 이때가 바로 금요일이고 재투표는 월요일입니다. 바로 이 금요일과 월요일 사이 토요일과 일요일, 1박2일에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게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영화는 마치 로드무비처럼 진행됩니다. 길을 다니며 한명 한명 만나며 자신을 위해 투표해주길 부탁합니다만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자식학비때문에, 결혼자금때문에, 가장이니까, 계약직이라서 등등 다른 사람들이 보너스에 투표한 이유도 참으로 가지각색입니다. 아랍계 이민자로 보이는 사람은 불법으로 투잡을 뛰고 있습니다. 그는 보너스 1000유로면 1년치 전기,수도세라며 거절합니다. 친했던 나딘은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줄리앙은 너가 짤리면 일이 많아져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합니다. 안느의 남편은 그녀에게 사람들 좀 그만 괴롭히라고 말합니다. 그녀와 같이 일했던 아버지와 아들은 이 일로 인해 의견이 대립하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편치를 날립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죄책감과 자괴감에 산드라의 우울증은 악화되고 그녀의 상태는 더욱 위태위태해져 갑니다. 하지만 세명의 친구가 그녀가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티무르, 그는 그녀대신 보너스를 투표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고 있었다며 찾아온 그녀를 보고 오히려 본인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그가 신참 때 산드라가 도와주었던 일을 말하며 그녀를 위해 투표하겠다고 합니다. 안느는 이 일을 계기로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산드라를 위해 투표하겠다고 찾아옵니다. 바로 직전에 신경안정제를 한통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려던 산드라는 찾아온 그녀를 보고 삶에 대한 힘을 다시 얻습니다. 병원에 간 산드라는 배고프다며 밥을 시키고 남편과 뜨거운 키스를 나눕니다.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았다는 아주 중요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약직 남자는 자신이 산드라를 위해 투표하면 자신은 회사와의 재계약에 실패할거라며 자신은 산드라를 위해 투표하고 싶지만 어쩔수 없다 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산드라를 위해 투표합니다. 마지막에 산드라는 사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습니다. "나를 위해 투표해준 계약직 친구의 재계약"과, "본인의 복직"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합니다. 이는 사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강요했던 "산드라"와 "보너스" 사이의 선택과 같습니다. 이에 산드라는 계약직 친구를 위해 본인의 복직을 포기합니다. 이후, 자신은 지금 행복하다고 남편과 통화하며 복직에는 실패했지만 우울증은 말끔히 치료하며 영화는 마무리합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산드라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위태위태한 여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에 반해 영화에서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작위적인 부분들입니다. 산드라가 너무 급격하게 우울증의 상태가 호전된다는 점이나, 본인의 복직과 다른 직원에 대한 보너스를 쉽사리 포기하는 모습은 납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결말에 산드라의 선택을 관객의 몫으로 남기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르덴 형제는 인본주의의 설파에 좀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