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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메리칸 스나이퍼> 미국보수가 전쟁영웅을 추모하며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

American Sniper 
7.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제이크 맥더맨, 카일 겔너, 루크 그라임스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32 분 | 2015-01-14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오늘 목동 메가박스 M2관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좌석도 가죽(레자?)인지라 먼지를 먹는 기존 좌석과 다르게 더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은 오랜만에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니까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영화 시작 전에 광고를 하는데 밝은 화면에서 노란 스팟들이 보여서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뛰어났던 점은 영화가 시작하자 관객을 압도하는 음향시설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탱크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실제 탱크가 바로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만족할만한 즐거운 관람 환경이었습니다.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퍼펙트 월드"와 "그랜 토리노"를 좋게 봤던 지라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대한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않은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적은 그를 악마라고 부르고, 우린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보고, 같은 전투를 양쪽의 시점에서 보여준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합친 그런 영화일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히 미국인인 "크리스 카일"의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반전영화 혹은 프로파간다로 봅니다만, 저는 양쪽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크리스의 삶에 초점을 맞췄을뿐, 이라크 전쟁의 당위성 혹은 가치판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크리스의 삶을 주욱 돌아보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나는 영화입니다. 크리스는 미국 보수주의의 결정체 같은 존재입니다. 어렸을적 아버지를 가르침에 따라 기독교적이고, 마초적이고, 자유주의적입니다. 전형적인 미국남부 보수주의 스타일입니다. 크리스가 미래의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내가 남부(미국 보수주의 텃밭) 출신이냐고 묻습니다. 물론 텍사스 출신입니다만 텍사스 또한 미국내에서 한 보수주의 합니다. 텍사스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들을 진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부심이 강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영화 내에서 그의 집에는 텍사스 기가 걸려있습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얘네들이 바로 자기 앞마당에 누가 들어오면 총쏘는 바로 걔네들입니다. 마찬가지로 크리스는 연이어 미국의 앞마당에서 터지는 테러에 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와중에 911사건으로 방점을 찍자 크리스는 울분을 토하며 늦은 나이에 군인이 되기로 합니다. 앞마당도 모자라 집에 침입해 가족을 죽였으니 상대집에 찾아가서 상대가족을 몰살시키는 격이었습니다만 영화는 주로 이러한 크리스의 보수주의자적 입장에서 전쟁에 대해 바라보고있습니다. 미국을 지키기 위하여. 늑대로 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하여, 스스로 양치기 개가 되기로한 바로 그 크리스의 시선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크리스의 시선이지 감독 혹은 영화의 시선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영화내에서 크리스의 주변인물들이 나름 균형을 맞춰주려고 합니다. 아내는 이러한 전쟁의 합리화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합니다. 전우 마크 또한 신에 대한 회의를 말하기도 하고, 죽음을 보았다는 그의 편지는 의미심장합니다. 동생은 이라크를 가리키며 생지옥(fuck this place)이라고 표현합니다. 그의 라이벌 즈음으로 자리잡고 있는 무스타파를 비출때, 그의 아내와 아이, 그의 올림픽 시상식 사진을 보여주며 무스타파도 크리스와 똑같은 입장임을 보여줍니다. 서로 반대편에 있을 뿐입니다. 더불어 크리스는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상당한 숭고한 이유로 처음 전쟁에 참여하지만, 이는 점점 개인적인 복수로 바뀌어갑니다. 이는 실제 이라크 전쟁과 닮았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부시 정부가 답정너 식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정해놓고 온갖 이유를 갖대대고 침공했던 미국의 개인적 복수를 위한 전쟁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쳐들어갔지만, 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후에 밝혀지지만 오히려 부시정부가 이를 전쟁 전부터 알고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러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프로파간다 취급을 받는다면 이는 영화가 크리스의 입장에 90퍼센트의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옳은지 그른지 전혀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제 눈에는 영화는 그저 크리스와 미국에 대한 애정어린 안타까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연출에 대해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허트로커"의 느낌이 약간 날정도로 비교적 사실주의에 입각하였습니다. 다만, 여전히 탄도학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는지 스코프 정중앙에 조준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아쉬었던 연출은 무스타파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총알이 날라갈 때의 연출이었습니다. 마치 과거 고전영화를 보는듯한 이 올드한 슬로우모션 연출은 오그라든다는 표현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이라크 전쟁은 끝이났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전쟁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라크 전쟁은 IS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과격주의자들이 세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 격이었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이를 속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피를 투자해야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건전한 보수주의의 아이콘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러한 우려섞인 시선과 미국에 대한 애정어린 안타까움, 국가를 위해 몸바친 자들에 대한 추모를 잘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