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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엑스 마키나> 뻔한 주제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엑스 마키나 (2015)

Ex Machina 
7.5
감독
알렉스 갈렌드
출연
돔놀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첼시 리, 미즈노 소노야
정보
SF, 스릴러 | 미국, 영국 | 108 분 | 2015-01-21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과연 인간을 규정할 수 있는 그 무엇은,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만든 피조물 사이에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면 그 피조물은 인간이라고 해야하는가? 따위의 화두가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거기에 조물주와 피조물사이의 애증관계도 들어가있습니다. 이는 공각기동대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와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화들에서 여러번 다루어진 상당히 닳고 닳은 주제입니다. 더 넓게는 그리스 신화인 프로메테우스(작중에서 직접 언급되기까지 합니다)나 피그말리온 혹은 프랑켄슈타인(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와도 닿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반복되는 화두임에도 저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인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재생산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제목은 "엑스 마키나"입니다. 이는 흔히들 사용하는 Deus Ex Machina에서 따온것임이 분명합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God from the machine, 즉 기계로부터 온 신을 뜻합니다. 그래서 제목 "OO Ex Machina"은 한국말로 하자면 "기계로부터 온 OO"입니다. OO은 분명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에이바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공란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만큼 그 존재를 뭐라고 규정해야할지 아직 우리에게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며, 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 상통합니다.

     이렇듯 뻔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잘 풀어낸 편입니다. 영화는 케일럽의 에이바에 대한 7일간의 테스트가 주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거기에 진부함을 느낄까봐 스릴러적 흐름을 차용하여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관객의 긴장과 흥미를 돋웁니다. 거기에 매 순간순간에 이유있는 화면과, 주제를 잘 뒷받침하는 대사들이 있고, 이를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영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액션이나 편집이 다소 차분하게 진행되고, 워낙 진중한 주제에 모든 대사와 장면이 집중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바로바로 와닿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그닥 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영화는 다른 누군가가 여태까지 뿌려놓은 재료들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겠습니다. 이를 뛰어 넘는 진보를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이런 진부한 소재를 짜임새있게 풀어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