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강남 1970> 권력의 폭력


강남 1970 (2015)

6.9
감독
유하
출연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 설현, 한재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5-01-21
다운로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오늘 목동 메가박스 M2관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번 "아메리칸 스나이퍼" 관람 당시 워낙 마음에 들었던 상영관이었던지라, 다시 찾게되었습니다. 근데 영화가 시작하고 처음 글자가 나오는데 글자의 상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듀얼4k라고 2k 상영기를 두개 튼거 같던데 기술적인 부분은 정확히 몰라 알수는 없습니다만 아마 그래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영화의 반정도는 아쉽게도 상이 정확히 맺히지않고 어긋났습니다.

     일단 거리 3부작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거리 3부작은 모두 구조주의적으로 권력과 폭력에 관해서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선생님이 권력의 주체입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짱 혹은 일진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권력과 결탁해서 선도부가 됩니다. "비열한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황회장은 권력입니다. 그리고 건달, 양아치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권력과 결탁해서 조직이 됩니다. 이번 영화 "강남 1970"도 여기서 벗아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더 나아가 직접적으로 국가 권력 집단 그 자체를 전작의 "선생님"과 "황회장"의 포지션으로 등장시키는 과감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건달, 양아치들이 권력과 결탁해서 이번에도 조직이 됩니다. 이민호와 김래원이 조직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실제 있었던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 난동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우연이나 그냥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서 향수 일으키려고 넣은게 아닙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극중에 삽입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 자체가 권력과 폭력의 결탁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집단의 성격은 3부작이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선생님이 직접 폭력까지 행사합니다. "비열한 거리"의 황회장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진 않습니다만 그 교활함이 뱀같은 사람으로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력 집단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남 1970"의 국가권력 집단은 이러한 교활함과 실제 폭력 행사 수단을 겸비한 3부작 중 끝판왕이자 넘사벽의 권력집단입니다. 사뭇 다른 점은 "비열한 거리"와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와는 다르게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의 역할이었던 권력과 결탁한 존재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비열한 거리"와 "강남 1970"의 주인공들은 어떻게서든 권력과 손잡고 제도권안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는 처절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거리 3부작의 결말들은 전부 같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아무리 학교 선도부와 학교 유리창을 때려부셔도, 학교라는 제도권은, 시스템은 붕괴하지 않습니다. "비열한 거리"에서 아무리 발버둥처도 지들끼리 제끼고 제낄뿐 황회장은 건사합니다. "강남 1970"도 말할것이 없습니다. 형제였던 이민호와 김래원이 서로 죽이네 살리네 생지랄을 하지만 결국 권력집단한테 이용만 당하고 때죽음 당하고 권력집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존재합니다.

     이번 영화에 대한 제 솔직한 감상은 약간의 실망입니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전편들인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재밌게 관람했던 입장으로서 이번 작품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작품이 너무 폭력적이다 라는 평이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자체가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이므로 이는 필수불가결입니다. 그것보단 오히려 영화가 너무 야합니다. 야한장면들이 불필요하게 디테일하고 깁니다. 또한 결말이 아쉬웠습니다. 권력집단이었던 서의원은 죽지도 않고 현시간대 강남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는건 꽤나 괜찮은 연출이었습니다. 다만 그전에 이민호와 김래원의 나래이션 이후 그들의 거지시절인지 아니면 희망사항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영화의 여운을 해치는, 사족이 긴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전부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들로 가득차있습니다. 보스의 여자를 사랑한 김래원의 이야기, 여자형제의 남편이 그 여자형제에게 폭력을 행하는 대부와 같은 설정, 대부의 유명한 교차편집 장면을 오마쥬한 편집, 더 나아가 전작의 "비열한 거리"를 너무 답습한듯한 소재들까지, 이러한 점들이 영화를 진부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김래원의 캐릭터입니다. 참 애매한 캐릭터입니다. 비중이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가 많이 허술하다고 느껴지는데, 대뜸 사라졌다 거물이 되어 등장하는데 다른 버스타서 그렇다고 합니다. 보스의 여자와 이렇고 저렇고한 이후 모텔 밖에는 조직의 형님이 혼자 우연찮게 있는 장면[각주:1]이나, 당최 왜 김래원이 이민호를 이용해먹으려고 마음먹은건지 그의 심리가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영화였다면 혼자 주인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입니다만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는 젼혀 살지 못한 캐릭터였습니다. 아예 비중을 조연 수준으로 줄이던가 아님 아예 비중을 이민호 수준으로 높여 그의 갈등과 선택을 좀더 자세하게 묘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김래원은 예전 "해바라기"때와 마찬가지로 의외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에 반해 이민호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대놓고 이민호가 가오를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럴때면 굉장히 오그라듭니다. 이민호가 잘 포장하지 못한건지, 그냥 그 장면자체가 유치해서 누가 와도 살릴 수 없는 장면이였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쉬웠다는건 확실합니다.

     유하 감독의 작품들은 권력의 폭력을 잘 꼬집습니다. 이는 분명한 그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재의 중복이나, 영화 속 사회의 구조적 중복 등 너무 자기 반복적으로 영화를 재생산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1. 혹은 그가 김래원을 미행 했을수도 있겠지만 부하들 없이 혼자 있다는건 도저히 납득이 안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