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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가족이 된다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2년만의 새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만큼 필모그래피 내내 가족에 대해 그려온 감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꽤나 성공적으로 가족을 그려내면서 필모그래피에 가족과 관련된 영화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아버지와 아들, 즉 남성 가족 구성원의 관게에 대해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 가족 구성원에 관해 다루고 있다. 

     세번 결혼을 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게 된 세 자매는 자신들의 배다른 자매 "스즈"를 보게 된다. "스즈"에게서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을 본 세 자매는 그녀를 자신들의 집에 데려가게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 "비슷하다"는 점이 꽤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카마쿠라로 돌아가기 전에 "스즈"가 야마가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간다. 세 자매는 그 경관을 보자 마자 "비슷하다"고 한다. 이 대사는 실제 경관이 비슷하다는 의미이면서 또한 "스즈"가 세 자매와 비슷하다는 이중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치카"는 닮았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줏어왔던 "요시노"와 바닷가에 가자 조개를 줍는 "스즈"가 닮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스즈"가 가장 닮은 상대는 "사치"이다. "사치"는 15년 전 아버지가 바람나서 가족을 떠나고 이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14년 전에 집을 떠나자 혼자서 집을, 가족을 지탱해온 사람이다. 부모가 버리고간 집을 돌보면서 가족을 끝까지 지키려는 인물이다. "스즈"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세번째 결혼을 통해 새 엄마와  그녀의 아들을 데려오는 일을 겪게된다. 이후 아버지가 병이 나자 아버지를 간병하며 사실상 그가 만들었지만 그는 또 책임지지못한 그 가족을 끝까지 지켜내느라 고군 분투한다. 이 둘 "사치"와 "스즈"는 걸어온 그 역사부터 닮아있고, 그 비극을 짊어지는 자세 또한 닮아있다. 이는 "사치"가 "스즈"에게는 어린 시절이 없었다는 말에 그녀의 불륜남이 너도 마찬가지였지 않냐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영화 안에서 인정한다. 후에 이전에 비슷하다고 했던 카마쿠라의 그 장소에 "스즈"와 "사치"가 올라갔을 때 "스즈" 또한 "역시 비슷하다"고 말한다. 왜 둘만 올라가야 했는지 왜 "역시 비슷"했는지 이제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러한 비슷함, 닮음은 가족의 의미이자 계승의, 이어감의 의미이기도 하다. "스즈"가 "사치"의 유카타를 입는 것이나, "사치"가 할머니의 유카타를 입는 것. "사치"의 불꽃에서 "스즈"가 그 불꽃을 이어 받는 것에서 이런 이어감의 모습이 잘 들어난다.

      앞서 자주 "비슷하다"는 대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다고 언급했듯이 흥미롭게도 영화는 많은 대사와 요소가 그 표면적인 의미뿐만이 아닌 또다른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매실에 대한 언급에서 매실주를 담그는 일 또한 많은 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가족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터치가 필요함을 뜻한다. 그리고 집은 그 자체가 가족을 뜻한다. 줄곧 집을 닦는다던가, 창문에 종이를 붙힌다던가 하는 집을 관리하는 장면들이 왜 들어가있는지 생각해보자. "이 집은 내가 지킨다"는 "사치"의 대사 처럼 집은 그 자체가 가족을 뜻한다. 엄마는 집의 관리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는 "사치"의 말은 집의 관리는 가족을 꾸려나가는 것임을 나타내며, 가족 지키기를 포기한 사람에 대한 일침이다. 또 "사치"와 그녀의 엄마가 할머니에 묘지에 찾아갔을 때, 엄마가 하는 "미안하다 자주 못와서. 몹쓸 딸이다."라는 대사는 "딸아 미안하다 자주 못와서. 몹쓸 엄마다."라는 딸에 대한 사죄이기도 하다. 또한 "사치"는 그녀의 불륜남과 "부부의 연도 끊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이야기를 듣고있는 불륜남에 관한 이야기도 하다.

     이렇듯 영화는 가족이란 어렵게 만들어가는 것, 끊임없이 지켜가는 것 그리고 이어가는 것이라는 통찰이 시각적으로, 이야기적으로, 칸노 요코의 음악으로 그리고 이중적 의미의 대사에 잘 담겨있다. 아마도 이번 영화를 보며 흘리는 우리의 눈물은 가족, 그 따뜻함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 이 영화에서 잊지말아야할 점은 가족을 꾸려나간다는 것의 무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