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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번역 비교

 좋은 번역을 고르기는 참 어렵다. 그나마 일본어가 우리말과 문법이나 구성이 비슷하여 어떤 번역이든 무난하다. 심각한 오역만 아니면 왠만하면 읽기 괜찮다. 하지만 그외 언어로 가면 정말 번역이 가지각색이다. 이전에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의 번역들을 비교했는데 적어놨던 txt파일이 어딨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번역본을 비교하고 저번처럼 소실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려고 한다. "펭귄"과 "더클래식"은 제외했다.

 

//원문

Book the First - Recalled to Life
CHAPTER I. The Period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we had everything before us, we had nothing before us, we were all going direct to Heaven, we were all going direct the other way—in short, the period was so far like the present period, that some of its noisiest authorities insisted on its being received, for good or for evil, in the superlative degree of comparison only.

 There were a king with a large jaw and a queen with a plain face, on the throne of England; there were a king with a large jaw and a queen with a fair face, on the throne of France. In both countries it was clearer than crystal to the lords of the State preserves of loaves and fishes, that things in general were settled for ever.
 It was the year of Our Lord one thousand seven hundred and seventy-five. Spiritual revelations were conceded to England at that favoured period, as at this. Mrs. Southcott had recently attained her five-and-twentieth blessed birthday, of whom a prophetic private in the Life Guards had heralded the sublime appearance by announcing that arrangements were made for the swallowing up of London and Westminster. Even the Cock-lane ghost had been laid only a round dozen of years, after rapping out its messages, as the spirits of this very year last past (supernaturally deficient in originality) rapped out theirs. Mere messages in the earthly order of events had lately come to the English Crown and People, from a congress of British subjects in America: which, strange to relate, have proved more important to the human race than any communications yet received through any of the chickens of the Cock-lane brood. 

출처 - https://www.gutenberg.org

 

 

 

//창비
1부 되살아나다
1장 시대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요컨대 그 시대는 현재 시대와 아주 비슷해서, 그 시대의 가장 요란한 권위자들 중 일부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 시대가 최상급으로만 견주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고집했다.
 영국 왕좌에는 턱이 큰 왕과 평범한 얼굴의 왕비가 있었다. 프랑스의 왕좌에는 턱이 큰 왕과 아름다운 얼굴의 왕비가 있었다. 양쪽 나라 모두 빵과 물고기의 보존을 관장하는 귀족들에겐 전박적으로 상황이 이렇게 고정적임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우리 주님이 탄생하신지 1775년째 되는 해였다. 이 좋은 시절에 영국에 영적인 계시가 내려젔으니, 이는 다음과 같았다. 싸우스콧 부인은 최근 이십오세의 행복한 생일을 맞이했는데, 근위 기병대의 어떤 예언 능력이 있는 사병 하나가 그녀가 나타나 런던과 웨스트민스터를 집어삼킬 예정이라고 예언했다. 콕레인의 유령도 계시를 내뱉고 나서 다시 누운 지 대략 열두해밖에 되지 않았고, 방금 지나간 올해의 영혼들도 (그 독창성에 있어서는 초자연적으로 미흡하다지만) 계시를 내뱉은 참이었다. 최근에는 미국에 있는 영국 백성의 의회로부터 세속의 일들에 관한 계시들만이 영국 왕실과 인민에게 전해졌다. 그건 좀 이상한 이야기지만 콕레인에서 태어난 닭들을 통해 전해받은 어떤 전갈보다도 인류에게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상급으로만 -> suplative degree of comparison. 비교할때 비교급(ex. slower) 최상급(ex. the slowest)에서 최상급(the ~ist)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맞는 번역이긴 한데 상이라는 한자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탓에 뜻이 헛갈리게 되어버렸다.(the worst도 최상급이다) 이건 애당초 suplative degree를 최상급으로 번역한 초기 학자들 탓이니 번역가를 탓할 수도 없다.

*보존을 관장하는 -> 틀린 번역. preserve는 보존이나 관장이 아니라 수렵금지구역을 뜻한다. "the lords" of "the State preserves" of "loaves and fishes"

*그녀가 나타나 런던과 웨스트민스터를 집어삼킬 예정이라고 예언했다. -> 그녀가 나타나는 것도 맞고, 런던과 웨스트민스터가 집어삼켜질 예정도 맞으나, 그녀가 그러는게 아니다. 자세한 번역은 아래에서.

*지나간 올해의 -> 지나갔으면 작년이지 말이 안된다. the spirits of this very year last past의 this very year last past는 표현을 살리자면 지나간 해, 뜻을 살리자면 작년 쯤이 적당했다.

*인민 -> People의 예전 번역이 인민이긴 했는데 시대상을 반영해서 백성쯤이 적당했을것 같다.

 

 

 

//시공사
1부 되살아나다
1장 그 시절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고,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천국을 등진 채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간추리건대 그 시절은 현 시절과 너무나 닮아 있어 일부 목청 높은 권위자들은 당대를 논할 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양극단의 형태로만 평가하려 들었다.
  영국의 왕좌에는 턱이 넙적한 왕과 얼굴이 볼품없는 왕비가 있었다. 프랑스의 왕좌에는 턱이 넙적한 왕과 얼굴이 아리따운 왕비가 있었다. 그리고 빵과 물고기 가득한 국유 금렵 구역을 전유한 두 나라의 귀족들에게 명명백백한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전박적 상황이 영원히 공고하다는 점이었다.
  때는 서기 1775년이었다. 그 은혜로운 시절에도 현 시절과 마찬가지로 영국은 영적인 계시를 여럿 받았다. 얼마 전에 사우스콧 부인이 스물다섯 번째의 신성한 생일을 맞은 터였고, 이에 앞서 예지력을 지닌 한 극위 기병대 사병이 런던과 웨스트민스터를 집어삼킬 재앙을 예고함으로써 그녀의 숭고한 출현을 예언한 바 있었다. 콕 거리를 유령이 쿵쿵 두드려대며 메시지를 전하고 자리에 누운 지도 딱 열두 해밖에 되지 않았고, 바로 지난해만 해도 혼령들이 (초자연적인 면에서 독착성이 떨어지게) 쿵쿵 두드려대며 메시지를 전한 터였다. 최근에는 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영국 신민들의 의회에서 한낱 세속적 사태에 대한 전갈을 영국 왕실과 백성들에게 보내왔는데,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콕 거리의 겁쟁이들을 통해 전달된 어떤 전언보다도 인류에게 더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등진 채 -> 등졌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양극단의 형태 -> 어쩌면 이게 더 우리말에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하진 않지만 말이다.

*넙적한 -> 원문의 large는 큰거고 넙적한은 broad

*볼품없는 -> 평범하다 보통이다라는 뜻의 plain을 볼품없다 하는게 맞을지?

*가득한 -> 가득하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쿵쿵 두드려대며 -> rap out은 지껄이다 내뱉다는 뜻이다. 그 hiphop의 그 rap이다.

*겁쟁이들을 -> chickens를 유일하게 겁쟁이라고 번역했다. 겁쟁이를 놀릴 때 chicken이라고 하고 찰스 디킨스가 문맥상 비꼬고 있기 때문에 뜻은 맞는 번역이다. 하지만 chicken이라고 놀리고 있다는 뉘앙스는 사라졌다. 둘다 살릴 수 없는게 번역의 한계. 아쉽다.

 

 

//비꽃
1부 다시 살아나다
1장 시대

제일 좋은 시절이면서
제일 나쁜 시절이고,
지혜로운 시대면서
어리석은 시대고,
믿음이 가득한 세월이면서
불신이 넘치는 세월이고,
빛이 넘치는 계절이면서
어둠이 가득한 계절이고,
희망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봄이면서
절망이 지배하는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게 있지만 하나도 없고, 우리 모두 천국으로 곧장 나아가면서 지옥으로 곧장 떨어졌다. 한마디로 현재와 어찌나 비슷한지,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똑같다고 전문가들이 소리 높여 주장할 정도다.
 영국 옥좌는 턱살이 두툼한 왕과 못생긴 왕비가 차지하고 프랑스 옥좌는 턱살이 두툼한 왕과 잘생긴 왕비가 차지했다. 두 나라 모두 귀족 집단은 기득권을 거머쥐고 자신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는 바야흐로 서기 일천칠백십오 년. 그 좋던 시절에도 영국인은 지금처럼 영적 계시를 믿었다. 사우스코트 부인은 이제 비로소 25세 생일을 맞이하고, 왕실근위대 병사는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런던과 웨스트민스터를 완전히 집어삼킬 거라고 선포해 뛰어난 예언자가 출현한다는 사실을 장엄하게 알렸다.
 콕 레인에서 유령이 나타나 탁자를 두드리며 메시지를 전한 게 불과 십이 년 전인데 바로 작년에도 (독창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유령이 나타나) 탁자를 똑같이 두드렸다. 그런데 '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영국 신민 의화'에서 극히 최근에 세속적인 내용을 작성해 '영국 왕실과 국민'에게 보낸 내용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콕 레인에서 병아리가 태어나며 전달한 영적인 메시지보다 영국인에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부분 -> 시적 구성으로 바꾼데다가 가득한이라든지 넘친다다는지 새록새록 피어난다든지 지배한다든지 있지도 않은 표현이 들어갔다.

*지옥으로 곧장 떨어졌다 -> 원문에 지옥이니 떨어졌다드니 하는 표현은 없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똑같다고 전문가들이 소리 높여 주장할 정도다 -> 완전한 의역. 더욱이 똑같다고 주장한게 아니다. 최상급(the best, the worst)이라고 주장한거지... 앞쪽의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에서 연결되는 문장인데 그 뉘앙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턱살이 두툼한 -> large jaw. 당시 루이16세를 생각하면 이런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못생긴 -> plain을 못생겼다고 봐야하나?ㅜㅜ

*기득권을 거머쥐고 -> 빵과 물고기니까 기득권이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찰스 디킨스가 한 표현은 아니다.

*행복하게 살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행복할거란 표현은 없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번역투인데 문제는 믿어 의침치 않다(no doubt)라는 표현이 없었다는 점. 원문은 귀족들이 현상황이 영원히 자리 잡혔다고 명백하게 봤다는 내용이다. 후에 프랑스혁명 같은게 나올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뜻.

*바야흐로 -> 원문에는 없다.

*어떤 사람, 뛰어난 예언자 -> 틀렸다.

Mrs. Southcott had recently attained her five-and-twentieth blessed birthday, of whom a prophetic private in the Life Guards had heralded the sublime appearance by announcing that arrangements were made for the swallowing up of London and Westminster.

of whom은 뒤에 the sublime appearance [of Southcott]이다. 그러니까 경비대 중 예언능력을가진 private(이등병 일병 상병 급)이 런던과 웨스트민스터를 삼키기로 예정되어 있다는 발표로 사우스콧 부인의 숭고한 출현을 예고했었다는 말이다. 이 사우스콧 부인은 무려 실존인물로 묵시록적 예언을 했던걸로 유명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Joanna_Southcott

*탁자를 두드리며 -> rap 두드리는게 아니라 내뱉었다는 말.

*알렸다. 콕 레인에서 -> 원문에서는 paragraph가 나뉘지 않는데 나누어 버렸다. 이유를 모르겠다.

*작년에도 (독창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유령이 나타나) 탁자를 똑같이 두드렸다. -> the spirits of this very year last past (supernaturally deficient in originality) rapped out theirs. 원문이 이러한데 supernaturally는 없어졌고 유령은 괄호안으로 들어갔다. 작년에도 (독착성이라는 면에서 초현실적으로 부족한) 유령이 나타나 말을 쏟아냈다.

*병아리가 태어나며 전달한 -> 원문은 치킨, 닭이다. 겁쟁이나 닭도 아니고 병아리로 번역한다라... 또 태어나며 전달한게 아니라 콕 레인 동네 닭들(the chickens of the Cock-lane brood)로 그 영적 계시 드립치는 애들을 비꼰 표현이다.

*영국인, 중요-> 영국인에게 중요한게 아니라, imporatant to human race 인류에게 중요한거다.

 

//번역본 본문 출처 - aladin.co.kr

 

 

 

//결론

이 세상에 완벽한 번역은 없다. 각자 번역자의 철학에 맞춰 번역할뿐. "비꽃"은 이해하기 쉽게 원문을 상당부분 재해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문과는 완전히 다른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창비"와 "시공사"는 비교적 원문을 살렸는데 둘다 오역이 있다. "창비"는 preserve에서 "시공사"는 rap에서 나왔다. 그리고 1장 제목인 the period는 시기라는 뜻인데 이렇게 번역한 곳이 없었다. "창비"와 "비꽃"은 시대로, 시공사는 시절로 번역했다. 문제는 시대는 이후 age를 번역할때, 시절은 times를 번역할때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그 단어와 챕터 제목이 같다고 착각할수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